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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기 계양정밀 회장 | “오늘 문제점을 내일 기술로 해결해 온 게 인류 역사입니다”
작성자 KYPC 작성일 2015-08-07
정병기 계양정밀 회장 | “오늘 문제점을 내일 기술로 해결해 온 게 인류 역사입니다”
201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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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김천시에 자리한 계양정밀은 자동차부품인 터보차저(Turbocharger)를 생산하는 중견기업이다. 제품이 자동차제조사에 납품돼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김천 시민에겐 삼성, 현대, SK 같은 대기업보다 친근한 사명이다. 실제로 지난 7월에는 김천시 거리 곳곳에 계양정밀 로고가 선명한 깃발이 펄럭였다. ‘내 고장 톱(TOP) 기업’으로 선정돼 나름의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다. 박보생 김천시장은 “일자리 창출, 기술력, 사회 봉사활동을 평가해 계양정밀을 김천시의 톱 기업으로 뽑았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20여 년 전 서울이나 수도권 혹은 지방의 기업도시가 아닌 김천에 둥지를 튼 계양정밀은 사실 업계의 명성만큼은 진즉에 지방소도시를 벗어나 전 세계를 아울렀다. 버려지는 엔진 배기가스를 이용해 휠을 회전시켜 압축공기를 실린더에 공급하는 터보차저는 엔진 경량화와 연비 개선, 배기가스를 낮출 수 있는 유일한 자동차 부품이다. 단 4개 국가만이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국내에선 유일하게 계양정밀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업을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려놓은 이는 대구 출신 사업가 정병기 회장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스물 둘의 나이에 현대건설에 입사한 정 회장은 서른다섯에 현대중공업 이사를, 마흔 다섯엔 현대상선 대표이사에 오른 엘리트다. 마흔여섯에 창업한 계양정밀은 그러니까 그에겐 오롯이 책임져야 할 첫 도전이었다.

“예전엔 새벽 5시 40분에 하루를 시작했는데, 요즘은 새벽 1시 40분이면 일어납니다. 차로 이동하면서 잠을 해결하는데, 나이가 있기 때문에 제 하루는 젊은 분들의 이틀이나 사흘과 같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고생이 많았지요. 미련 곰탱이 같아서 죽어라고 했습니다….(웃음)”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듯 기술개발에 나섰다는 정 회장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면 반드시 이뤄진다”며 입버릇처럼 반복해 강조했다. 과연 그가 밑바닥부터 쌓아 올린 금자탑에는 어떠한 비밀이 숨어 있을까. 굳이 아무런 연고가 없는 지방에 본사를 두고 생활터전까지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강남의 작은 빌딩에 자리한 계양정밀 서울사무소에서 정 회장을 만났다. 간단히 있어야 할 것만 들여놨다는 회장실엔 한 무더기의 책들이 빼곡했다. 휑했지만 그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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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더드로는 서울이나 김천이나 한 동네

언론 인터뷰가 처음이시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장사하는 사람은 장사만 열심히 해야지요. 매스컴에 들락날락하면서 사업 이외의 분야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 (고개를 가로로 흔들며) 그럼 제대로 되는 일이 있겠습니까. 적어도 전 그렇습니다.

계양정밀은 본사가 김천에 있습니다. 댁은 어디십니까. 김천으로 이사했어요.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데, 김천에 있는 기업이니 지역사회와 함께 잘사는 기업이 되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김천시에서 유무형의 지원이 있었나 봅니다. 구체적으로 재정적인 지원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시에서 기업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애를 많이 쓰고 있어요.

그럼 굳이 왜 김천이었습니까. 국내시장만 보면 김천이 한국의 중심이에요. 김천에서 출발하면 전국 어느 곳이든 2시간 내에 갈 수 있습니다. 물류센터지요. 전 지금도 전국에서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인연이요? 연고는 없는데… 사실 처음 내려갔을 땐 공장하기가 불가능했었어요. 20년 동안 버텨냈습니다.(웃음) 독일에 가면 오지에 있는 공장도 기술만 있으면 세계 일류가 되더라고요. 그걸 보고 시작했습니다. 지금이야 인프라가 갖춰져서 괜찮은데 아직 맨파워는 부족합니다. 서울사무소를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반대하는 분들도 있었을 법한데요. 상당히 많았죠. 지금도 반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웃음) 전 확신하고 있는 게 이젠 삶의 터전이 도시가 아니에요. 은퇴하면 시골로 내려가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건 환경이 좋기 때문인데, 그럼 근무지도 지방으로 내려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서울에서 김천은 KTX로 1시간 40분, 자동차로 2시간 40분, 거리로는 220㎞입니다. 우리가 볼 땐 장거리지만 미국이나 중국처럼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면 한 동네나 다름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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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들이 선택한다고 옳은 답은 아닙니다

침체된 내수경기에 자동차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는데요. 부품회사의 체감온도 또한 다를 것 같습니다. 걱정이지요. 하지만 터보차저 분야는 앞으로의 시장성이 괜찮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지속적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 그 규제와 연비향상 같은 시장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대안이 터보차저거든요. 아직은 초기단계지만 가솔린 엔진에도 터보차저 장착이 예상됩니다.

사실 20여 년 전 국내에서 터보차저는 생소한 부품이었는데요. 집중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현대그룹에 근무할 때 수교 전에 중국을 방문했는데, 북경호텔에서 창밖을 보니 출근길에 자전거 탄 이들이 한강물처럼 흘러가요. 그때 중국이 개방되면 이들 모두가 자동차를 사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매연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생각 하나를 들고 전 세계를 돌았습니다. 어렵게 벤츠의 연구소 소장을 만나서 유망한 사업을 물었더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지 않더군요. 딱 꼬집어 지칭하진 않았지만 설명을 듣다보니 터보차저였습니다. 그분 말이 “오늘날 우리의 문제점을 반드시 내일의 기술로 해결해 온 게 인류발전의 역사다. 기술력이 없다고 주저앉지 말고 끊임없이 연구하면 반드시 이뤄진다. 그게 인류의 역사이기 때문에 경제성이 나올 것”이라고 하더군요.

아무것도 없이 접근하신 겁니까. 그 당시 터보차저는 포르쉐 같은 스포츠카에만 장착돼 있었습니다. 차명에 ‘터보(Turbo)’라고 붙어 있었는데, 그게 뭘 뜻하는지도 몰랐어요. 알고 보니 연소율을 높여서 완전연소에 이르게 해 ‘친환경적’이고, 엔진 크기를 줄여도 ‘고연비’에 ‘고성능’을 구현하더군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인류가 추구해야 할 방향과도 맞아떨어져요. 그래서 큰 자산은 없었지만 시작하면 회사 다닐 때 월급 정도는 벌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웃음)

기술개발이 쉽진 않았을 텐데요. 아는 게 없으니 줄 사람을 찾아 또 전 세계를 돌았습니다. 제품이 기계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정교한 기술력을 요하는데, 그런 이유로 기술 이전이 안되더라고요. 어렵게 일본 미쓰비시에서 부품조립 허가를 받아서 그걸 갖다놓고 20년 동안 연구하고 개발했습니다. 기술이요? 절대 안 가르쳐줘요. 장비부터 부품, 설비까지 모두 리버스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해서 독자 개발했습니다. 그땐 회사 중역들까지 다들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처음부터 안 되는 사업인데 미쓰비시로부터 독립하려고 저런다고. 저보고 미친 짓 한다고.(웃음) 중역들 중에는 기술제공 받아서 진행하면 편한 길인데 왜 힘들게 가냐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었고….

대부분 쉬운 길로 가려고 노력하는데요. 전 늘 어려운 길을 택했습니다. 아마 그래서 낼 모레 칠십인데 은퇴를 못하지 않나 싶습니다.(웃음) 생각해보세요. 쉬운 길은 모두가 다 택하는 길이잖아요. 그렇다고 그게 옳은 답도 아닙니다. 경쟁도 더 치열하지요.

20년 전에 시작했지만 터보차저는 지금도 여전히 미래 먹거리로 꼽히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화석연료의 사용이 최소한 100년은 갈 것 같습니다. 전기자동차가 트렌드라고 하는데, 그건 자동차에서 발생하던 배기가스나 이산화탄소를 발전소로 옮긴 것뿐이에요. 조력이나 수력, 태양력 등의 발전소도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주력은 화력발전소거든요. 또 배터리로 구동되는 차는 자연재해에 취약합니다. 폭설이나 폭우에 언제 방전될지 모를 전기차를 타고 나간다? 글쎄요. 그래서 화석연료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친환경시대에 자동차의 주력 부품은 터보차저가 될 겁니다.

글로벌시장 진출이 국내 제조사의 화두 중 하나입니다. 계양정밀은 어떻습니까. 현재 GM에 납품하고 있는데, 올 3월에 미국 본사에서 ‘Supplier of Year Award’를 받았어요. 우수협력업체에게 주는 상인데, 터보차저 분야에선 계양정밀이 처음이었다더군요. 어떤 제품이나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R&D’, ‘가격’, ‘품질’ 면에서 앞서가야 합니다. 저희도 이 세 가지를 확보하려고 투자하고 있습니다.

터보차저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자동차제조사에서 직접 생산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맞는 말입니다. 작은 크기에 비해 단가까지 높으니 자동차제조사 CEO라면 눈독 들일 만하죠. 실제로 일본의 토요타나 미쓰비시, 혼다, 닛산, 히타치, IHI가 시도했고, 유럽에선 벤츠의 계열사 KKK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운영에 성공한 건 자동차 분야가 쇠퇴한 미쓰비시와 IHI중공업뿐이에요. 왜 그런가하면 앞으로 3년 내지 5년 후에 양산될 엔진 개발에 터보차저 제조사가 참여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BMW가 현대차 계열사에 터보차저 개발을 의뢰하려면 엔진 성능이나 데이터를 모두 줘야 하는 겁니다. 어느 누가 경쟁사에 정보를 내주겠어요. 르노의 카를로스 곤 회장이 닛산을 인수했을 때 가장 먼저 한 결정이 터보차저 계열사를 정리한 것이고, 벤츠도 구조조정 당시에 KKK를 매각했습니다. 그러니 전문 생산업체가 나설 수 있는 겁니다. 한 국가가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고유한 독자 브랜드를 갖고 있어야 자유롭게 개발에 나설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지요.

계양정밀의 중국진출도 화제였는데요. 2013년 9월에 상하이에 영업법인을 설립했고, 올 4월엔 상하이와 가까운 무석 시에 현지 공장을 설립했습니다. 생산법인이죠. 연간 125만대 규모인데 현재 시험가동 중이에요. 처음엔 합작투자가 아니면 안 받아주겠다고 해서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어찌나 싸웠는지. 한 1년 싸우다가 100% 우리가 지분을 가진 회사로 만들었습니다.(웃음) 대기업 도움 없이 중국에 진출한 부품회사는 계양정밀이 처음입니다.

올해 목표가 궁금합니다.

현재 중국시장에서 10여 개의 자동차 제조사와 신엔진 개발에 참여하려고 협의 중에 있고, 첫 프로젝트 제품이 12월에 양산됩니다. 2만대 규모인데 내년에는 14만대, 후년에 42만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습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020년에 3000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이 예상됩니다. 전 세계 매출을 합하면 2019년에 연매출 1조원 달성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

최근 텍사스 A&M대학(TAMU)과 공동기술개발 협약을 했는데요. R&D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는 매출의 30%를 R&D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국시장은 중국이나 미국에 비해 큰 시장이 아니에요. 다시 말하지만 해외로 나가야죠. 그래야 글로벌화되고 기술수준과 매출이 높아집니다. R&D 클러스터를 글로벌 클러스터로 만들려고 준비 중인데, 계획대로라면 텍사스에 하나, 김천과 서울에 각각 하나씩 R&D센터를 둘 생각입니다. 그럼 전 세계를 24시간 아우르면서 R&D에 매진할 수 있잖아요. 또 한 가지, 우수한 인재는 기업의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자나 깨나 연구하고 개발해야 죽지 않습니다

23년간 직장인이었는데, 똑같은 대표 직함도 그때와 지금은 분명 다를 것 같습니다.

아, 이건 욕먹을 수 있으니 정치적인 답변을 해야 하나요.(웃음) 글쎄요. 도전을 즐길 수 있는 이들에겐 사업을 권하고 싶습니다. 도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부담을 이겨낼 수 없다면 직장에 남아야죠. 자기사업과 남의 사업에는 딱 한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모든 리스크를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공장에서 기계 사이를 걸어가면 기계가 아우성 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럼 뭔가 잘못된 거예요. 이 소리가 들려야 초보 전문가 아닌가 싶습니다.

성공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하신다면.

왈가왈부가 많지만 일본의 전문성만은 배울 점이 있습니다.이 사람들은 ‘The Winner Takes It All’이 아니에요. 승자가 독식하지 않습니다.​우리는 기술직이나 연구직이 차장이나 부장 쯤 되면 결재하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온 기술진들은 나이 육십에도 소프트웨어 만들면서 일하거든요. 전문가의 코스와 행정가의 코스는 다릅니다. 우린 다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승자가 독식합니다. 그건 아니죠. 엔지니어의 길로 들어섰으면 자나 깨나 개발하고 연구해야만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우린 그런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그런 전문가를 인정해야 합니다.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9호 (2015년 08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매일경제 안재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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